2014년 1월 14일 화요일

DEC.21_CHILLY GONZALES & METROPOLE ORKEST

맨날 나에게 서프라이즈 들통났는데 이번엔 홀에 입장하기 전까지 처음으로 안들켰다. 어디로 가는건지도 모르고 출발했는데 아인트호벤 뮤직홀로 도착했다. 건물에 붙여진 칠리곤잘레스 포스터를 보고 칠리곤잘레스지!! 이럴때까지도 그건 어제였다고 받아쳐서 긴가민가했었다. 미리 칠리곤잘레스 공연 보러 간다했으면 그럭저럭 좋아했을텐데 예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곧 볼거라고 생각하니까 무슨 엄청난 빅팬이었던 것처럼 좋았다. 입장하기 전에 앞에서 칠리곤잘레스의 악보와 앨범들을 팔았는데, 전부터 Rideaux lunaires의 악보를 엄청 구하고싶었던 터라 solo pinanoll 악보집을 당장 샀다. 30유로나 했다. 자선활동에 쓰인다고 하니까 뭐 괜찮다. 집에 가서 연습해야지이~ 맨 앞자리래서 신나서 들어갔는데 피아노 반대편이라 발하고 머리끝밖에 안보였다. 그래도 자리가 얼마 안남았었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었던 거겠지.



가운을 입은 칠리곤잘레스가 등장하고 클래식하게 세곡 정도를 연주했다. 오케스트라는 가만히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을 세번째에 연주했었다. 그때까진 정말 좋았는데.. 갑자기 'musical genius'는 랩도 할 줄 안다면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서 랩을 끼얹기 시작했다.. 한 두번째 랩까지는 아 신선하고 재밌다 했는데 자꾸 랩을 끼얹었다. 콘서트는 거의 뮤직토크쇼 같았는데 굉장히 재밌었다. 관객들이 거의 피아노 공연을 기대하고 온지라 이게 뭐야.. 하는 표정들을 간간히 볼 수 있었는데(심지어 오케스트라 단원이었던 수염 엄청 많은 할아버지도 공연 내내 인상을 찌푸렸다) 칠리 곤잘레스가 워낙 말을 재밌게 해서 정말 유쾌한 콘서트였다. 랩은 현재를 반영하기 때문에 현재의 랩을 싫어한다는 건 현실을 싫어한다는 것이라는 둥, 장조의 노래는 정치적이라며 긍정을 요구하고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게 하는 파시즘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는 둥,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는 서로를 질투한다며 피아노는 멜로디 리듬 모든걸 한 악기로 한번에 연주해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한 음만 쳤을 때는 침팬지가 친거나 피아니스트가 친거나 다름이 없다고, 하지만 비올라와 호른같은 악기들은 한 음만 연주해도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어마어마하다고 그런얘기도 했고, 어떤 음악가를 좋아하냐고 물으며 바그너? 할때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박수치니까 오오,히스 애솔 이라며 바그너욕을 했다. 바그너의 음악 잘 모르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작곡가인 Debussy가 'Wagner was a beautiful sunset that was mistaken for a dawn'라고 했던 것이 생각나면서 문제있는 사람이긴 하구나 싶었다. 친밀감이 필요하다면서 아이패드로 모닥불 앱을 켜서 타닥타닥 나무 타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  

오케스트라는 정말 좋았다. 칠리 곤잘레스의 음악에 맞춰서 하기도 하고, 다른 곡을 연주하기도 했는데, 어떤 오케스트라가 좋은 오케스트라인지는 잘 모르지만 정말 실력있는 오케스트라 같았다. 
마지막에 퇴장할 때는 오케스트라에게 가장 낮고 더러운 음과 가장 높고 짜증나는 음 그리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중간음을 연주해달라고 한다음에 저 고 저고 저 고 중~ 하는 음을 반복해달라고 해서 자기 퇴장음악 bgm으로 깔았다. 정말 웃긴 사람 같다. 앵콜은 아이패드 광고에 쓰인 네버스탑에 맞춰서 또 랩을 하고 일렉뮤직 만드는 앱을 써서 디제이로 변신하셨다.

진지했던건지 장난 섞인 실험을 했던건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이건 장난이었다고, 한때 공연에서 끔찍한 랩을 했던 적이 있는데 관객들이 내가 하는거니까 좋은 거겠거니 하고 다들 박수를 쳤다고 웃으면서 말하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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