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7일 토요일

JUN.29~JUL.8_ROSKILDE FESTIVAL 2013 Ⅱ


2일. 텐트에서 자고 일어나면 그 안좋은 날씨에도 아침에는 해가 뜨기에 텐트안이 엄청 후덥지근하다. 그래서 게으르고 싶어도 어서 그 텐트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에 도저히 게으를 수가 없었다. 프레스센터에 가니 그 전날에 대한 로스킬데페스티벌신문이 있었다. 바지런도하지. 게다 공짜였다. 하지만 대니쉬로 쓰여있어서 읽을 수가 없었다. 거의 공연에 대한 리뷰, 캠프들 활동에 대한 소식이었는데 특히 공연사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포토어크레디테이션을 받은 사람들이 전날 찍은 따끈따끈한 사진들이 실렸는데 사진이 정말 좋았다. 그렇고 그런 사진들이 아니었다. 물론 솜씨도 좋겠지만 다들 양팔에 다른 렌즈를 낀 두대의 5DⅢ를 착착 매고 다녔던 걸 보면 사진들이 그럴만도 하다. NIKON D700이랑 CANON 5DMARKⅢ를 가장 많이 봤고 1D X를 쓰는 사람들도 있었다. 부러워라.. 프레스센터를 나와서 캠핑장을 걷다 릴랙스시티 부근에서 벨기에사람을 만났다. 그냥 페스티벌을 즐기러 온 사람이 아니라 돈을 받고 음악을 트는 디제이들이었다. 그래서 친구가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요즘은 다들 사운드시스템을 갖고 오고 워낙 로컬캠프들이 많아서 별로 인기가 없다했다. 사운드시스템을 다들 직접 만들지 않던 시절에는 곳곳에 있는 불피우는 장소에 모여 다같이 얘기나누다가 이렇게 페스티벌측에서 섭외한 디제이들이 있는 공간에서 놀았다고 한다. 캠핑장을 걸으면서 아이스크림을 사먹는데 무슨 아이스크림마저 그렇게 맛있던지. 판매원이 추천해준 대니쉬사람들이 흔히 즐겨먹는다는 피뢰침이라는 뜻을 가진 'lyn stang'을 먹었는데 안에 크림이 너무너무 맛있었다. 스케이트경기를 보러 스트릿시티로 가서 피자를 먹으며 경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계속 아마추어들이 연습만 하고 있고 제대로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 뒤에서는 힙합댄스 배틀 열리고 난리가 났다. 여자들 팀이 나왔는데 팀 이름이 '부부젤라'였다. 계속 엠씨가 부부 쎌~라 부부 쎌~라 해서 너무 웃겼다. 덴마트 사람들은 참 예쁘고 멋있는데 덴마크어 발음이 굉장히 이상하다. 으어으어하는 것 같은. 미안한 얘기지만 조금 멍청하게 들리기도 하고. 친구는 뜨거운 감자를 입에 물고 말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근데 그게 우리한테만 그런게 아닌지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이 계속 엠씨 발음을 따라하면서 웃었다. 스케쥴을 잘못 알았는지 결국 제대로된 스케이트보더는 구경도 못했다. 캠핑장을 지나 씨네마시티로 가고 있는데 저 멀리 언덕이 흰 무언가로 덮여있고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다가갈수록 조금씩 보이는데 그 하얀게 깃털들이었고 사람들이 언덕에서 베개싸움을 하고있었다. 해가 져가고 있었는데 노을빛에 깃털이 휘날리고 사람들이 웃으면서 엄청 열심히 베개싸움을 하고 있어서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아름다웠다. 나중에 들은 소식으론 페스티벌측 이벤트가 아니라 어떤 캠프가 준비한 이벤트인데 베개 6000개 정도의 깃털이 사용됐다고 한다. 한 15분 정도 머물렀는데도 페스티벌이 끝나는 날까지 가방 옷 신발 여기저기서 깃털이 나왔다. 씨네마시티에서 music+video 프로그램을 봤다. 그냥 요즘 힙한 비메오룩의 그저그런 예쁘장한 뮤직비디오들이 많아서 그냥 보다 중간에 추워서 돌아갔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았던 건 어떤 아이가 욕조에서 청바지들을 빨고 있는데 알고보니 물 속에 어떤 여자가 죽어있었던. 제목을 알고 싶었는데 시작전에만 잠깐 나와서 끝나고 나선 알수가 없었다. 촬영이랑 색감이 좋았고 귀여우면서 섬뜩한 노래와 영상이 잘 어울렸다.
그리고 돌아와서 이 닦고 잤다.































3일. 마지막 웜업데이. 알고보니 전날인줄 알았던 스케이트 경기는 이날이었다. 그럼 그렇지 어제 그 술취한 조무래기 같은 애들하곤 차원이 달랐다. 보드를 타는 사람은 없었고 인라인과 비엠엑스였다. 일본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최고였다. 오른쪽 왼쪽 고개 돌려가며 열심히 봤다. 높이 휙휙 날 때마다 엄청 자유롭고 시원해 보여서 그 기분 한번만이라도 느껴보고싶었다. 프레스만 드나들 수 있는 아직 열리지 않은 페스티벌필드를 걸으면서 거의 완성이 되어가는 스테이지들을 보니까 규모가 슬슬 실감이 났다. 인터뷰가 있는 핀란드 펑크밴드 'PÄÄ KII'의 공연을 보러 갔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냥 보는 내내 밴드 멤버들이 너무 각양각색이어서 한 밴드같아 보이지 않아 웃겼다. 특히 드러머는 감전된 것처럼 멤버들이 드럼쪽으로 와도 나몰라라 혼자 주행하는게 웃겼다. 공연이 끝나고 인터뷰를 하려고 매니져를 기다렸다. 스티커를 옷에 붙이고 프레스도 제한된 백스테이지를 갔는데 의외로 별로였다. 그냥 컨테이너 몇개만 있었다. 뮤지션들에게는 맥주가 공짜인지 우리보고 마음껏 마시라고 했다. 인터뷰를 하는데 모두 취해서 이게 뭔소린지.. 이 인터뷰를 쓸 수 있을지.. 싶었다. 그냥 기억에 남았던 말은 딱 하나 '하하 중요한 요점은 넘겨버리는 것 좋아해요'. 그리고 각자 이 밴드 외에도 다른 밴드를 하고 있다고 말하셔서 웃겼다. 너무 그래보여서. 드러머는 의외로 선했다. 아시아인을 많이 못보셨는지 나 예쁜 편 아닌데 예쁘다고 자꾸 말해줘서 고맙기도 하고 정말 취한것 같기도 하고. 인터뷰 후에 갓 도착한 SKYLINE REVIEWS의 다른 글쟁이들인 스테프와 후먼을 만났다. 이 두 친구가 스카이라인리뷰를 만들었고 난 잘 모르지만 글을 잘 쓴다고 한다. 둘이 'king bee'라는 밴드도 한다. 들어봤는데 젊은 학생들이 만든 사운드같지 않았고 좋았다. 반년전 콘서트장에서 처음에 봤을 때 영화 얼모스트페이머스에 나오는 남자주인공을 떠올리게 했던 중학생소년같은 초동안 후먼은 스카이라인리뷰일도 제일 열심히하면서 성적도 엄청 잘받는 우등생이라고. 대다나다. 스테프 또한 우등생이며 음악적으로 재능이 있다고 한다. 얼마전엔 킹비 말고 혼자 진행하고 있는 음악 프로젝트 파일을 그 유명한 라디오헤드의 프로듀서이자 아톰스포피스 멤버인 나이젤고드리치에게 보냈는데, 재능이 있다는 답장을 받았다고 한다. 대다나다. 내가 꼭 영상 열심히 해서 느네 비쥬얼을 맡아줄게. 다같이 씨네마시티로 향해서 유투브배틀을 감상했다. 유투브배틀 전에 'Efterklang'의 'The Ghost of Piramida'를 상영했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지만 아름다웠던 그들이 매력을 느낀 피라미다에서 이것저것 두드리면서 찾아낸 소리에 대한 기록이었다. 다큐멘터리는 좋았다. 근데 버려진 여러 물건을 두드리는데 우리가 감성이 부족한건지 그냥 일반 공장이나 집근처 공터에 널린 걸 저기까지 가서 고생해야하나 싶으면서 너무나도 진지한 모습에 웃음이 삐져나왔다. 그리고 유투브배틀! 이게 뭘까 궁금했는데 정말 유투브 배틀이다. 참가자가 자신이 갖고 있는 재밌다고 생각하는 유투브클립들을 하나씩 틀면서 누가 더 웃긴지 배틀을 한다. 그 자리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는데 다같이 멍청한 클립들을 보면서 웃는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근데 그렇게 막 배꼽빠지게 웃기던 클립은 없었다. 항상 우리에게 웃긴 유투브 클립을 보여주는 까를라라는 까딸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오면 정말 1등은 따놓은건데. 다음에 꼭 같이 와서 여기 참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painless'라는 나름 공포영화라고 상영한 스페인영화는 무섭지도 재밌지도 않은데다 영어자막이 없어서 별로였다. 뒤에 앉은 어떤 젊은이들이 계속 영자막 달라하고 공포영화인데 하나도 안무섭다고 이게 뭐냐고 비아냥대면서 소리질러대서 재밌었다.

ART ZONE 짓는 중
 







유투브배틀


4일. 드디어 본격적인 페스티벌이 시작됐다. 아침에 나오는데 아직 완성이 되지 않은 글로리아스테이지와 여러 부분들을 보면서 이게 완성이 될까 싶었다. 드림시티의 관계자와 인터뷰를 하러 가는데 아레나스테이지에서 내가 좋아하는 애니멀콜렉티브가 사운드체크를 하고 있었다! 제한구역이라 사람들도 없어서 좋았다. 잠깐 앞줄에서 구경하는데 애니멀콜렉티브 티셔츠까지 입고 있었는데 너무 연주들만 열심히 하시고 쳐다도 안봐줬다. 흙. 드림시티 관계자를 기다리는 동안 돔 안에서 열린 쌀롱예술을 감상했다. 시를 낭독하고 책을 읽고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하고 분장을 하고 기괴한 소리를 내는 여러 사람들을 봤다. 한 작은 마을에서 매달 하룻밤 바에 모여 다같이 어떤 것이든 작품을 공유하는 모임같은 분위기었다. 이런 모임 느낌 묘하고 좋은 것 같다. 이런 모임 겐트에 있으면 나도 하나 들고 싶다. 관계자를 만나고 안쪽에서 페스티벌이 오픈하면 사람들이 뛰어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일찍 갔다. 근데 우리마저도 못들어가게 해서 그 뛰는 무리중의 하나가 되어야했다. 선인장 같기도 하고 럭비공같기도 한 아트존으로 먼저 가봤다. 그 안에는 묘한 컨셉의 예술작품이 진행중이었다. 들어가서 서있으면 무슨 컨셉인지 모르겠지만 살색 천을 걸친 사람들이 조용히 와서 보살펴준다. 여러 방으로 데려가서 명상시키고; 교감하려하고; 묘했다. 스타킹에 다같이 엉켜 들어가서 꿈틀꿈틀 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묘한 곳이다. 아트 존에는 작은 스테이지도 있었는데 한번도 거기서 공연을 본 적은 없었다. 글로리아 스테이지로 가서 Frank Fairfield의 공연을 봤다. 글로리아스테이지는 정말정말 최고다.

아 이번엔 컴퓨터가 너무 느리다..
귀국하는 비행기안에서 마저 써야지 
사운드 체크중인 애니멀 콜렉티브
애니멀콜렉티브 티셔츠와 함께


DREAM CITY에 있는 돔







오잉







skyline reviews guys


택시







로스킬데페스티벌을 즐기던 중 압사당했던 9명을 추모하는 바위. '...how fragile we are'
ART ZONE




GLORIA STAGE

ARENA 스테이지 천장


똥이 막 콸콸 뿜어져나왔다. 그나저나 저 화장실 되게 좋았다.


SAVAGES

차이나박스


남한 국기에 김정은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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