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8일 화요일

JUNE.16_STADE DE FRANCE_DEPECHE MODE


디페쉬모드라고는 Personal Jesus밖에 모르는 나를 슈딷드프흐엉스에서 열린 콘서트에 데리고 가주었다. 차를 가지고 가는데 주차장표가 매진 되어서 우선 그 경기장 근처에 유료주차장이나 동네에 무료주차를 알아보기로 했다. 도착했는데 이거 뭔.. 길거리에 차들이 아무렇게나 주차되어있고 주말이라 시장이 열려서 사람들 북적북적하고 사람들도 어찌나 다양하던지;; 길가에 아무렇게나 주차되어있는 차들때문에 도로에 다니는 차도 완전 딱붙어서 부딪힐랑 말랑하게 다니고. 아무튼 개판이었다. 우리 둘은 인도를 가보진 않았지만 이건 정말 인도같아. 라고 생각했다. 정말 정말 운이 좋게 동네에 주차할 곳을 발견해서 한 30분만에 무료주차를 댔다.

선글라스를 쓰고 수트를 걸친, 회식자리에서 삘받은 과장님 같은 걸걸한 오프닝 가수의 공연이 끝나고 디페쉬모드 공연이 시작됐다. 예상했던 파리멋쟁이들은 별로 없었고 연령대와 국적이 다양한 사람들로 꽉 채워졌다. 시작하기 전에 다같이 파도타기도 하고 안전요원들이 물도 공짜로 주고 사운드도 좋았다. 전광판을 관리하는 엔지니어가 줄 사다리를 타고 스테이지 천장쪽으로 올라가니까 사람들이 박수치고 환호했다. 디페쉬모드 나온줄.

WELCOME TO MY WORLD로 시작이 됐다. 아니 난 분명 50대라고 들었는데 큰 전광판은 멋진 비쥬얼로 채워져서 멀리있는 작은 디페쉬모드를 육안으로 보니까 완전 아이돌이었다. 특히 마크가 시작전에 저기 왼쪽에 서 있을 사람이 마틴 고어라는 사람인데 디페쉬모드의 리더이자 데뷔 당시 펫샵보이스와 함께 넘쳐나던 그렇고 그런 신디팝계에서 디페쉬모드를 특별하게 만들어낸 사람이라고 해서 기대하고 봤는데 너무너무 멋있었다. 나중에 전광판에 왕크게 나온 얼굴을 보고 역시 사람은 세월을 피해갈 수 없는 것을 깨달았으나 아무튼 멀리서 볼 때는 정말 멋있었다. 곡이 바뀔때마다 기타를 바꾸시는데 네모기타 세모기타 별기타 엄청 다양했다. 검정매니큐어도 발라주시고 은박재질의 갑판같은 치마도 입어주시고. 52세면 거의 우리 아버지뻘인데 정말 대단하셨다. 특히 보컬인 Dave Gahan은 정말 30대 후반정도로밖에 안보였고, 에너지가 장난아니셨다. 마이크대를 가로로 잡고 재철소에서 막 불꽃튀기는 것 같은 비쥬얼을 배경으로 저 왼쪽에서 저 오른쪽까지 빙빙 돌면서 가시는 데 진짜 멋있었다. 엉덩이도 내미시고 마이크대로 봉춤추시고 관객중에 초등학생같은 애들도 있었는데 자꾸 섹시한 춤 발산해주셨다; 계속 속으로 저 분들이 오십대라니, 역시 여태까지 명성을 이어오는데는 이유가 있구나 했다. 비쥬얼도 노래마다 다 다르고 신선했다. 어렵지 않은 이펙트들을 이용해서 역시 나이가 있어서 그런가 했는데 집에 와서 뮤직비디오를 보니까 또 그렇지도 않았다. 개들이 앉아있는 모습들 보여주다가 후렴에는 개들이 뛰는 비쥬얼, 나체인 여자들이 유리창 같은데에 찌부돼서 요가자세로 세모모양 만들어서 천천히 움직이는 비쥬얼, 의자에 셋이 나란히 앉아서 모자를 번갈아 쓰는 비쥬얼 등등 그저 그렇지만 흔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제일 맘에 들었던 건 불꽃 튀기는 봉을 두명이서 휙휙 돌리는 비쥬얼이었다. 솔직히 음악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좋았다! 그리고 내가 유일하게 알았던 personal jesus는 미친듯이 좋았다. 미술작품도 아는 작품을 박물관에서 봤을 때 더 즐길 수 있듯이 확실히 앨범버젼을 들어보고 라이브를 들으면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니 거기있던 디페쉬모드 팬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나는 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특히 좋았다. 새 앨범에 수록된 곡이라는 것도 마크가 알려줬지만. 아무튼 디페쉬모드는 bb. 앵콜은 없었다. 관객들이 '우- 우_우_ 우- 우/'라고 하는 특유의 '앵콜을 달라' 멜로디를 불렀으나 쓸쓸한 노래 나오면서 조명 탁탁 켜지고 끝이었다. 

차로 돌아오는데 밤에 그 무서운 동네로 돌아가려니 정말 무서웠다. 그런데 가는 길에 달그락 거려서 보니까 어떤 사람들이 자기 차의 깨진 유리를 치우고 있었다. 무슨일인지 참 안됐다. 했는데 도둑들이 그런거랬다. 그래서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가던 다른 사람들은 놀라며 참 안된 일이라고 수근수근했다. 근데 우리랑 같은 방향으로 가던 그 사람들 차도 유리가 깨져있었다. 오마이갓. 이 동네는 진짜 상상 이상이었다. 그 차들은 우리 차랑 50m도 안되는 거리에 있었다. 게다 우리는 프랑스번호판도 아니고 벨기에 번호판인데, 우리 차도 깼음 어떡하지 하고 서둘러 갔는데 다행히 무사했다. 그런데 여기서는 흔한 일인지, 가는 길에 인도에 차유리 부스러기가 엄청 많았다. 당한 사람들도 프랑스 사람들이었는데 신고도 안하고 그냥 묵묵히 유리를 치우고 있었다. 안그래도 프랑스에 대한 안좋은 기억들이 많은데 이런 걸 보고 나니 더 싫어졌다. 프랑스는 정말. 정말. 과대평가된 나라같다. 집에 와서 위키디피아로 그 지역을 검색해보니까 범죄율도 엄청 나다고 써있다. 오는데 그 유리가 깨진 차들이 옷으로 창을 막고 가는 게 보였다. 빨리 벗어나고 싶은데 '에어흐으'(휴게소)에 들리려다 또 무서운 마을에서 길 잃어서 정말 무서웠지만 우린 정말 운이 좋았다. 프랑스어가 참 듣기 좋은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싫어져서 우리 둘은 프랑스어 바보처럼 발음하기에 요즘 재미들렸다. 에어흐으 슈딷드프흐어엉. 그래도 애기들의 불어발음은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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