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0일 목요일

내일모레귀국이라니

이 평화로운 겐트마을에서 다시 한국으로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니. 이번 겨울은 더욱이나 날씨도 영하로 내려간 적이 두번밖에 없어서 살기 참 좋았는데. 벨기에에 오면 이상하게 저기압때문인지 무기력해지고 한국음식이 너무 땡긴다는 것만 빼면. 블로그도 왜 안했는지 참

이번 겨울방학에는 The sopranos와 The wire를 끝냈다. 이걸 보고나니 한 회마다 자극적인 에피소드로 꾸며내고 현실감 없는 드라마같은 드라마들이 더욱더 싫어졌다. 저 둘은 정말 명작이다. 소프라노스는 우선 캐릭터들이 뚜렷하게 악인 캐릭터들이 나와서 그 점이 아쉽긴 했지만 이탈리아전통 마피아의 모습과 소프라노스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더와이어는 소프라노스에서 아쉬웠던 악인캐릭터마저 매력적인데다가 한사람 한사람 캐릭터가 개성이 뚜렷해서 소프라노스에선 열댓명 죽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더와이어에선 한명만 죽어도 그렇게 안타까울수가 없었다. 벙크, 칼케티, 다니엘스, 버블스, 레스터가 난 제일 좋았다. 게다가 정치,갱,경찰 사이의 관계와 영향에 대해서 현실감있게 복잡복잡하게 잘 그려내서 좋았다. 마지막 시즌에는 신문사까지 엮여서 최고였다. 한사람은 저녁준비하고 한사람은 오렌지쥬스랑 미드자막 착 착 준비해서 소파에서 저녁먹는거 그리울 것 같다. HBO의 미드가 시작할 때 치이이- 징~ 하는 소리도. 다음 여름방학에는 저녁과 함께 식스핏언더를 볼 생각이다.



그리고 당연히 공연도 봤다.

20.JAN_Jonwayne_AB
첫번째 공연은 에이비에서 본 존웨인이었다. 단편선같이 생긴 이 미국인은 나랑 동갑이랬나. 그런데 굉장히 천재적인 랩퍼라한다. 가사는 못알아듣겠지만 위트있어보였고 오리지널해보였다. 랩을 시작하기전에 한 20분가량 믹싱을 했는데, 한국노래가 나왔다. 뭔진 모르겠지만 옛날노래 같았고 가사는 '살며시 다가와~' 하는 노래였다. 너무 오래전이라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28.JAN_Son Lux_Vooruit
내 크리스마스 선물인 커스텀이어플러그를 처음 껴본 날이었다. 쏜룩스 별로 기대안했는데 정말 좋았다.  톰욕같이 기괴한 춤을 췄는데, 톰욕이 아니라 전혀 매력없고 이상했다. 쏜룩스보다 그 뒤에서 드럼치던 아시아인 Ian Chang 이사람이 정말 멋있었다. 혼이 나간듯이 거의 침도 흘릴것같은 표정을 하고 미친듯이 드럼을 치는데 여태 본 드러머중에 최고 멋있었다. 쏜룩스 바인에서 그 드러머가 피아노도 치던데 차암 멋있다. 그래도 곡은 쏜룩스가 만든거니까. 특히 이지~ 이지~ 하는 노래는 아직도 귀에 박혀 거의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흥얼거리고있다. 그리고 이어플러그도 최고였다. 이어플러그를 끼면 음을 다 깎아먹어서 엄청나게 시끄러운데도 그냥 안끼곤 했는데 이 이어플러그는 잡음만 없애주고 몇데시벨이었더라.. 엄청 시끄러운 음만 딱 깎아줘서 공연장에서도 적절하게 볼륨조절해서 듣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도 디테일한 소리를 다잡아줘서 정말 신세계였다. Swans 공연을 이것과 함께 봤어야했는데!!





1.FEB_Mogwai_AB
그리고 에픽한 모그와이이이. 한국에도 온다던데. 모그와이는 모그와이었다. 이때 녹음해놓은게 퀄리티가 좋아서 계속 듣고있다. 보이스가 추가되도 좋겠다싶을쯤 어떤 사람이 나와서 잠시 노래불렀는데 별로였다. 가사 없이 하나의 악기처럼 목소리가 쓰이면 더 풍부하고 좋을 것 같다. 오프닝이었던 Forest sword도 좋았다. 난 모그와이가 이렇게 인기많고 큰 밴드인지 몰랐는데 이번 공연보니까 페스티벌의 헤드라인으로 나올만한 그런 밴드같았다. 세트도 이번 앨범커버에 맞춰서 준비됐는데 육각형 설치물이 반짝반짝하는게 예뻤다. 퇴장할때는 라디오헤드때랑 똑같이 한사람씩 연주하다가 빠졌다.



2.FEB_Anna teresa de keersmaeker_Vooruit
내가 그렇게나 보고싶던 Anna teresa de keersmaeker를 봤다! vooruit 극장에 가보는건 처음이었다. 커뮤니스트 연설이나 연극을 주로 다루던 곳이라고했다. 생각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바이올리니스트가 등장하더니 그순간 갑자기 불이 탁 꺼졌다. 너무 완벽하게 캄캄해서 인상깊었다. 그리곤 그 컴컴한 상태로 한 30분동안 바이올린 독주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연주가 끝날 때까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불이 켜지더니 keersmaeker와 한 남자무용수가 나와서 그려진 원을 빙빙 돌며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걷다가 멈추고 뛰다가 멈추고 박수치고 허밍도 하고 앉았다 일어났다 드러눕기도 했다가 벽도 타고했다. 한 사람이 걷고 한 사람이 그림자처럼 누워서 발을 맞대고 걷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문이 살짝 열린 것 같은 빛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아주 천천히 이동하면서 두번째 막의 시작과 끝을 가리켰다. 그리고 세번째로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다시 등장하고 같은 음악을 연주하고 무용수들은 두번째와 비슷한 동작을 한다. 조금 다르지만 허밍을 하는 타이밍과 주요동작의 타이밍은 같게. 무용수를 사이에 두고 스릴있게 스쳐가면서 뛰어다닌다. 이 무용은 바흐 음악의 구조에 대한 키에르스마에케?의 해석이었다. 전혀 아무 정보도 모르고 갔는데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바이올린과 같이 두 무용수가 같이 허밍할 때 소름돋았다. 그리고 집에 오면서 그녀가 정말 멋있지 않냐고 40대 후반쯤아니냐고 물었을 때 친구는 그럴리가 없다고 그녀는 그 무용단의 단원일 뿐이라고 그 젊은 다리 못봤느냐고 하면서 내기까지 걸었다. 그리고 그 여자는 keersmaeker가 맞았다. 그리고 나이는 50대 중반 우리 부모님보다도 더 나이가 많았다. 공연이 끝나고 인사를 세번인가 하러 나왔는데 관객들을 보는 포스가 남달랐다. 내 착각이겠지만 나를 째려보는 것 같았는데 조금 무서울정도로 카리스마있었다. 그런 카리스마로 인사하다가 화려한 손동작 보여주고 하트만들어서 후~ 불어줬는데.. 반했다.. 그 나이가 될 때까지 춤을 출 수 있고 그런 춤을 출 수 있는 몸과 소녀같은 이미지를 유지했다는게 대단했다.

'예술은 고결하게한다'? noble화 한다. 이런 뜻이랜다.
끝나고 박수칠때도 아무도 사진 안찍어서 혼자 급하게 찍고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까..

7.FEB_Lite_Charlatan
일본 포스트락밴드였다. 오프닝이었던 Physics house band가 더 좋았다. 솔직히 지루했다. 나중에 집중안돼서 하품나오고. 아주아주 전형적인 일본의 포스트락이어서 특이할 것도 없었다. TOE가 훨씬 좋다. 인상적이었던건 나보다도 키가 작은 일본여자가 혼자 와서 굉장히 흐물흐물하게 춤을 추고 호응을 했는데 다들 흘깃흘깃 쳐다볼 정도로 재밌었다. 그 예에에~ 하는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무서웠다. 건니찌와아~

11.FEB_Bill Callahan_AB
최고최고최고의 목소리. Smog때부터 알게됐는데 정말 목소리가 신기할정도로 좋다. Cat Power때도 그랬지만 공연이 어쨌건 상관없이 그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을 보는 자체만으로도 감격스러운 공연이었다. 친구한테 그렇게 말했더니 둘이 사겼던거 알고 말하는거냐고 했다. 몰랐는데 신기했다. 내가 제일 좋은 목소리로 꼽은 두 가수가 사겼었다니. 둘이 같이 노래불렀으면. 애를 낳았다면 그 애 목소리가. 참 좋았을텐데 말이다. 이번 공연에선 기타리스트가 최고였다. 특히 America를 거의 두배정도 길게 연주했는데 정말 좋았다. 그리고 빌 캘러한은 자꾸 제자리걸음하면서 노래하거나 양쪽으로 뒤뚱뒤뚱하면서 노래했는데 장난감병정같이 귀여웠다; 그냥 말하는 것 같은데 노래하는 신기한 가수다. 나는 가사를 잘몰라서 모르지만 친구말로는 가사 다 씹었다고 취한것 같다고 했다. 난 그래도 좋았다.

12.FEB_Girls in Hawaii_Vooruit_x
이런적은 또 처음이었다. 여유있는 하루를 보내고 걸어서 가도 되는 거리라 30분 일찍 집에서 나섰다. 거의 다왔는데 마크가 오우쉿. 하더니 티켓이 없어졌다는 거다. 분명 주머니에 넣었는데 없어졌다고 했다. 마크는 어크레디테이션을 받아서 티켓이 필요없지만 나는 필요했다. 분명 주머니에 넣었는데 없다며 떨어뜨린것 같다했다. 시간은 돌아갔다오면 분명 앞에 20-30분은 놓칠 상황이었다. 마크가 어떡할래? 라고 하는데 아 얘가 지금 내가 갔다오길 바라는구나 하고 생각해서 나는 그럼 넌 리뷰를 써야하니까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찾아보고 길에 없으면 집 안에서 찾아볼게. 했다. 근데 문제는 집에 갔는데도 티켓이 없거나 티켓을 찾는다해도 내가 처음가보는 홀이라 입구를 찾느라 헤맬수도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뭐 어쩌겠나싶어서 짜증가득차서 잠깐 기다려보라는데 혼자 오고있었다. 비까지왔다 더짜증나게.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5분뒤에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뒤를 보니까 마크도 돌아오고 있었다. 자기 핸드폰에 돈을 충전안해놔서 내가 입구를 찾아 헤매는데 자기가 연락을 못받는 상황이 오는 그 난장판을 보기 싫어서 그냥 그 콘서트는 포기하기로 했다고 했다. 나는 또 너 리뷰쓰라고 내가 혼자 가고있는데 왜 공연 놓치냐고 더 짜증나고. 무엇보다 그 오프닝밴드 보고싶었던 밴드라고 해서 속상했다. 내가 좀 더 마음 편하게 혼자 가도록 말했다면. 사실은 그게 맞는건데. 마크는 리뷰때문에 앞부분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니까. 근데 또 생각해보니까 진짜 혼자 갔더라면 난 집에 티켓이 있었어도 썽나서 안갔을거다. 그리고 혼자 봤다고 재밌었냐고 하면서 삐졌겠지. 만약 갔어도 입구가 내가 매일 가던 곳이랑 다르고 찾는데 조금이라도 헤맸으면 엄청나게 삐졌을거고. 하여간 난 진짜 못된애같다.

15.FEB_ST.Vincent_Paradiso
암스테르담 하루여행의 마무리였던 세인트빈센트의 공연. 이번 방학때 본 공연 중 최고였다. 솔직히 기대 전혀 안했는데 이럴 줄이야. 우선 새 앨범이 전 앨범들에 비해 월등하게 좋다. 처음에 2년전이었나 세인트빈센트를 처음 알게됐을 때는 수많은 인디락밴드무리 사이에서 들어서 이렇게 크게 될줄도 몰랐거니와 이렇게 끼많은 사람인줄도 몰랐다. 오프닝이었던 Glass animals도 좋았다. 첫인상은 엑 힙스터밴드 였는데 곡들이 정말정말 좋았다. 그루브샤크로 찾아보니까 첫앨범은 무지 별로였지만 이날 연주했던 곡들은 좋았다. 밴드 1,2,3랑 비슷한 구석도 많다. 아무튼! 그렇게 세인트빈센트가 등장하고. 베이스담당인 일본인?(잘 모르겠다 한국인처럼 생겼는데 이름 소개할때 잘 못들었다.)과 드러머 신디사이저담당 남자한명 이렇게 등장했다. 등장할 때부터 로봇같이 동공에 초점없이 춤추면서 등장했다. 가끔 곡 사이에 다음곡과 연결되는 멘트들도 추가했는데 마른얼굴 폭탄머리 나레이션같은 멘트를 듣고있자니 Miranda July같았다. 말하는 목소리도 비슷한 것 같고. 인상 깊었던 점은 몸을 아끼지 않는 연주였다;; 앵콜곡 전 마지막곡에서는 스테이지에 앞으로 넘어지고 휘청대면서 기타치다가 넘어지면 누워서 연주하고 했는데 마지막에 앞으로 넘어질 때 조명이 꺼지는 순간이 절묘해서 넘어지기 전에 그 휘둥그레한 눈하고 앞으로 기울어지는 얼굴이 내 머리에 또렷하게 박혔다. 조금 무서웠다. 앵콜곡 하러 나왔는데 무릎에 상처가 ㅠㅠ 노래도 잘불렀다. 헥헥대는 소리 하나없이 모든게 정확했다 로봇같이. 노래부를 때 눈도 깜빡않고 계속 누군가 응시하듯이 한 곳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불렀다. 내 착각이겠지만 나도 째려본것 같은데 포스가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내일 정말 마지막날 마지막공연인 The field가남았다.



이건 암스테르담 여행에서건진건데 중고 피쉬펜슬케이스 자랑하고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