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는 지금 10월 중순 정도의 가을날씨다. 바람과 구름이 많고 비가 많이 오진 않지만 미스트처럼 짜증나게 자주 내려 땅이 마를 날이 없다. 오자마자 골골골골. 날씨가 안좋으니까 안나가게되고 게다 감기까지 심하게 걸려 매일매일 잠만 잤다. 감기는 이제 다 나아가니 뭐라도 해야겠는 생각이 드는데 나가긴 싫고 블로그에 포스팅이나 해야지.
9일에 다시 벨기에로 돌아와서 10일에는 MUJERES를 보고 11일에는 SUUNS를 봤다.
이번 앨범 너무 좋아서 차에서 자주 들었는데, 라이브는 더 좋았다.
여기가 CIRQUE ROYAL.
스탠딩 앞자리에서 뒤를 보고 찍으면 이렇다. 좌석들이 2층으로 동그랗게 비잉 둘러져있고 그 가운데에는 스탠딩석. THE WEEKEND를 봤을 때는 2층까지 꽉꽉 차있었는데 이 날은 2층에 겨우 몇명만 있는 정도였다. 이 날 공연이 백배 나았는데.
오프닝을 장식한 AUFGANG. 두대의 피아노와 한대의 드럼 그리고 일렉장비들로 이뤄진 그룹이다. 음 대강.. 막심므라비차 왕벌의비행이 자꾸 떠오르는, 비슷한 분위기로 빠른 템포의 피아노랑 일렉사운드들이 쉴새없이 쏟아진다. 신나긴한데 뭔가 기승전결이 부족하고 그냥 막 장기를 자랑하는, 나 이거 할줄알아!!!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저 왼쪽에 있던 피아니스트, 프란체스코 트리스타노는 모델이야 뮤지션이야. 잘 생겼다. 연주도 손가락이 날아다닌다. 검색해보니까 한국에 6월에 솔로로 내한한다던데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제 aufgang 무대 정리하고 suuns 무대세팅하는데 무대 뒤쪽에 왠 허세 풀모드 남자가 여자친구인지 인턴인지 뭔가 뭣모르는것같은 예쁘장한 여자애한테 무대를 가르키면서 설명하고 있었다. 무대장비 공부하는 학과에서 견학나왔나, 아님 스텝 중 한명이 오빠 이런사람이야 하고 여친한테 자랑하고 싶었나 했는데 썬즈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였다. 에이 저런 애티튜드로 봐선 뮤지션은 아니겠지 했는데.. 뭐야 힙스터쓋인가 하고 걱정했는데 공연 시작했는데 완전 황홀경 *_____*
아 썬즈는 베이스가 최고당.. 생각하고 있으면 기타사운드도 너무 좋고 노래도 흐물흐물 씨디에서 들리는 것 같이 잘하고 드러머도 일렉 사운드 만지는 분도 누구 하나 별로인 사람이 없었다. 특히 Edie's dream 연주할 때가 제일 좋았다. 앨범버전보다 더 길게 해서 악기 사운드만 계속 흘러나오는데 감수성터지면서 자꾸 난 행복하다고 생각; 왜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뭐 사운드가 좋아서 그랬겠지, 계속 와아행복하다.. 행복하다.. 생각했다.
Mulhollan Drive에 나온 인상강한 아저씨처럼 생기신 이 분은 에디스드럼 연주할때 하체를 아주아주 곱고 단아하게 움직이셔서 참 아름다우셨다; 뭔가 묘한 느낌을 풍기시는게 기타리스트 베이시스트보다 더 포스있으셨다.
Mulholland Drive |
그리고 마지막으로 APPARAT의 공연.
톨스토이의 전쟁과평화 연극의 음악으로 쓰인 곡을 연주했다.
라이브 프로젝션을 설치하고 있어서 샌드애니메이션같은거라도 하나 했는데 나무, 실, OHP필름..? 부스러기 등을 이용해서 추상적인 비주얼을 공연중에 라이브로 만들어냈다.이런 라이브는 처음봐서 엄청 기대했는데 초반에 그냥 잉크튄 것 같은 투명필름이 그냥 위아래로 움직이고.. 막 손보이고 연습을 무대위에서 하는 것 같아서 실망스러웠다. 근데 한 중간부터 여러개의 카메라를 다양한 각도 다양한 거리에 설치해놓고 탁탁 바뀌는 효과를 썼는데 스트링 이용했을 때부터 감탄할 정도로 멋있었다. 특히 나중에 나무판 여러개를 확대해서 조금씩 움직이던 영상이 최고. 공연도 아파랏이니까 역시 에픽에픽한것이 아주 좋았다. 악기도 어찌나 많던지 우쿨렐레부터 무슨 씨디정리함같이 생긴 길다란 쇳덩어리까지 다양했다.
amazing may a may zing may~
썬즈는 로스킬데에서 다시 보자구